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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문화원




주말 나들이는 언제나 벅찹니다. 길 위에 차가 워낙 많으니 조금이라도 먼 곳을 가려면 이것저것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 많아집니다. 그렇게 떠난 길도 오고 가는 시간이 많아지니 피곤이 쌓입니다. 중남미문화원은 서울 근교에서는 늦은 아침을 먹고도 여유 있게 길을 떠나 ‘나들이 한 번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입니다.
외곽순환도로를 달리다 송추 IC를 빠져나오고 보니 비로소 이곳이 송추, 장흥, 일영으로 이어지는 공릉천 언저리임을 알겠습니다. 교외선 기차가 가장 편한 교통수단이었던 시절에도 이곳은 잘 알려진 유원지였습니다. 차는 이 유원지를 뒤로 하고 그 너머의 골짜기로 향합니다.


길에서 벗어나 마을로 들어서 천천히 가다보니 문득 단정한 기와 건물이 나타납니다. 고양 향교입니다. 그 오른쪽 아래에 중남미 문화원이 있습니다. 조용한 마을 뒤편 야트막한 야산의 품에 편안히 안겨 있습니다. 앞으로는 개명산이 일영유원지의 번잡함을 막고 있고 뒤로는 대자산이 후덕합니다.


중남미 지역의 국가에서 30여 년 동안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한 부부가 중남미 지역의 풍물을 소개하고 그 지역을 국내에 알리고자 1992년 이곳에 터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이곳은 꽤나 외진 곳이었을 듯합니다. 먼 훗날을 내다보며 박물관, 미술관에 이어 조각공원까지 조성해 놓고 보니 이젠 서울 근교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아야 할 명소가 되었습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지나치며 적당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크고 작은 인물상을 건성건성 바라봅니다. 이렇게 하면 낮선 풍경이 어느 새 익숙해질 듯합니다. 봄이 되어 나뭇가지에 잎과 꽃이 피어나면 이곳 풍경은 마치 동화속의 어느 초록 마을처럼 예쁘게 바뀔 것입니다.


지금은 따꼬하우스를 찾아가는 길입니다. 점심으로 따꼬를 맛보며 멕시코에 슬쩍 발을 담그려 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잠시 앉아 커피까지 한 잔 하고 나면 더 여유 있게 이곳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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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꼬하우스에서 나와 문화원의 맨 끝에 자리 잡은 도자벽화를 찾아갔습니다. 멀리서 보면 갈색과 흰색의 커다란 문양이 하나의 추상화입니다. 이 벽화 중심부에 보이는 커다란 두 개의 원은 아스텍의 태양력입니다. 다가서니 이 벽화를 구성하고 있는 타일마다  가면과 사람과 짐승 그리고 갖가지 기학적 문양들이 가득합니다. 아득히 먼 그 시절의 사람들은 저 그림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한 때 존재했다가 사라진 알 수 없는 흔적입니다.





돌아 나오면 오른 편에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땅 모양을 살려 언덕 여기저기에 중남미 12개 나라 작가의 현대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품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는 맛일 일품입니다. 어느 작품은 난해하고 어느 작품은 애잔하며 또 어떤 작품은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산책로 여기저기에 벤치가 많으니 아무 때고 앉아 실컷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조각공원을 나와도 여전히 많은 인물 조각상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지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물상들의 얼굴 모습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입니다. 먼 옛날 한 조상의 피를 나누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벌써 두 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어느새 문화원 외부와는 완전히 단절된 채 이곳에 푹 빠져 있습니다. 종교 전시관과 미술관 그리고 박물관까지 보려면 두 시간으로는 빠듯할 듯하지만  여전히 눈은 벤치 옆에 혹은 잔디밭 가장자리에 자리한 인물상들을 바라봅니다.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만으로도 충분히 흡족한 곳입니다.





박물관과 미술관에 마련되어 있는 많은 이야기를 상상하며 발길을 돌립니다. 가서 볼 수 없는 먼 세상에서 오래 전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을 더듬다 보면 잠시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의 일은 까맣게 잊게 될 것입니다. 문화원 밖의 고양향교와 그 옆을 돌아 산길을 걸어야 찾아갈 수 있는 최영장군 묘는 오늘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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