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자살예방 교육 시급!
자살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주변에 자살 생각 물어보아야
가정의학과, 신경과, 산부인과, 노인의학,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이 다학제로 참여하고 있는 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회장 홍승봉 교수, 삼성서울병원)는 4월 23일 일요일에 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1부에는 김희진교수(한양대의대 신경과)와 양영순교수(순천향대의대 신경과)가 우울증 환자의 진찰, 우울 척도와 약물 치료에 대하여 발표하였고, 2부에서는 자살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발표하였다. 황순찬교수(인하대 사회복지학과)는 “65세 이상 연령에서 자살 성공율이 4배 높으며, 현재 응급실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은 응급실 조치 후 심리 상담으로 재대로 이어지지 않아서 자살 예방에 문제가 있다. 또한 자살 한달 전에 여러가지 신체, 정신적인 문제로 병의원을 방문하는데 이 때가 자살 예방을 해야하는 시점이다. 술은 사람이 더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사람은 죽고 싶은 충동 보다 말하고 싶은 충동이 더 커서 누군가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면 자살생각을 버린다”고 말했다.
황교수는 “자살이 많은 나라는 타살이 많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며 한국의 높은 자살률과 낮은출산율이 서로 연관되어있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1992년부터 2005년 사이에 한국의 자살자 수가 330% 증가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이 기간 중에 출생아 수는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그 기간 동안 자살자 수와 출생아 수 사이에 매우 높은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상관계수 r= - 0.94). 더욱이 우울증이 자살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원인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OECD 1위 우울증 유병율, 1위 자살률과 세계 최저 출산율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홍승봉교수는 우울증의 치료율을 높이고 자살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우울증-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는데 “미국과 같이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에게 우울증과 자살생각 문항이 포함된 진료 전 설문지를 시행하여 우울증과 자살위험을 조기에 발견하고, 자살위험이 높은 환자는 바로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연결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는 1차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가장 많이 진료하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 가정의학과 전문의 및 보건복지부로 구성된 1차 의료 자살예방특별위원회가 필요하다.
자살을 감행하기 한달 전에 1차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자살고위험군을 미리 발견하여 자살예방 조치를 한다면 틀림없이 자살률이 감소할 것이다”라고 강조했고, “병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의사가 물어보지 않으면 자살생각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먼저 물어보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자살생각을 물어보면 오히려 자살을 유발하지 않을 까 걱정하는데 이것은 자살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다. 주변에 심한 감정적인 고통을 받거나 고립되어 있는 사람에게 우울감과 자살생각을 물어보고 귀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자살예방의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자살에 대하여 잘못 알려진 다섯 가지 오해이다.
1. 자살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 자살하지 않는다. => 아니다, 자살하기 전에 경고나 사인을 보인다. 죽음에 대한 어떤 말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2. 자살하려는 사람은 미친 것이다. => 아니다, 대부분 정상적으로 생각한다. 극도의 스트레스와 감정적인 고통을 겪고 있으며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3. 자살하기로 결정한 사람은 아무것도 자살을 멈추게 할 수 없다. => 아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죽을지 살지 고민하며, 대부분 죽기를 원하지 않는다.
4. 자살하는 사람은 도움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 아니다, 자살하는 사람의 50% 이상이 죽기 전에 병의원을 찾는다.
5. 자살 질문을 듣는 사람에게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 => 아니다, 자살 질문은 오히려 자살하는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3부에서 한병덕교수(고려의대 가정의학과)는 “비만은 우울증을 유발하고, 우울증은 비만을 유발하는 상호 악화 인자로 우울증은 비만발생율을 4배, 비만은 우울증 발생율을 3-4배 증가시킨다. 따라서, 비만 환자에서 우울증 스크리닝과 우울증 발견 시 항우울제 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호식교수(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는 “통증 환자들에서 우울증의 유병율은 52%로 매우 높으며, 특히 안면 통증 환자에서 85%로 가장 높았다. 자살위험성도 4배 이상 높았다. 또한 우울증은 통증의 역치를 낮추어서 통증을 더 심하게 느끼게 하므로 통증 환자들에서 우울증의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며, 자살생각에 관한 질문이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4부에서 이상현교수(일산병원 가정의학과)는 “노인 우울증이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높은 자살률이 큰 문제이다. 노인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문제가 가장 흔하고, 그 다음으로 가족내 갈등, 단절, 외로움, 가까운 사람의 사망 등이다. 또한 한국 노인의 상대빈곤율은 OECD 평균(12.1%)에 비하여 4배 높아서(48.8%) 매우 심각하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지고 가족, 친구와의 연결 감소로 자살위험성이 높아진다. 노인 고독, 우울, 자살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오교수(연세의대 노년내과)는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등 만성내과질환에서 주요우울장얘의 유병율은 10-20%로 매우 높다. 만성내과질환 환자에서 우울증이 발생하면 신체 활동이 더 저하되고 고립된다. 노년기 우울증의 특징은 슬픔의 표현이 적고, 신체 증상으로 잘 나타나며, 자해적 행동, 가성 치매, 품행 장애 등이 동반되고 자살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따라서, 만성내과질환 환자들에게 주기적인 우울증, 자살생각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며, 만성내과질환과 우울증을 동시에 치료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김한수원장(대한우울자살예방학회 부회장, 대한노인의학회 부이사장)은 “홀로 사는 1인 가구와 고립되는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외로움, 고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 한국에도 영국과 같이 고립되고 외로운 국민을 담당하는 부서 (Ministry of Lonliness)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