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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신경정신의학회 강남역 살인 사건에 대한 성명서


■ 강남역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깊은 애도를 표하며,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국민들이 경험할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낌.
 선정적 보도에 대한 우려가 크며, 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느낌.
 여성 혐오나 조현병을 사건의 원인으로 성급히 지목하며 남성과 여성의 갈등,조현병에 대한 과도한 분노와 혐오 등 사회적 갈등이나 불안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우려됨.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은 편이며, 적절한 급성기 치료 및 유지 치료를 통해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음.
 그러나 급성기 치료에 있어 자발적인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사회적, 국가적 테두리 안에서 전문적인 치료와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함. 이와 관련하여 이번에 통과된 정신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있음. 
 분노의 대상을 찾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안, 공포에 압도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갖고 함께 애도하며,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힘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람.



5월 17일 강남역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살인 사건으로 온 국민이 슬퍼하고 있는 가운데, 저희 대한신경정신의학회도 비통한 마음을 느끼며 피해자 가족과 주변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한 번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의 남자 친구가 오열하는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등 일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형태로 국민들의 슬픔과 분노를 유도하는 듯한 모습에 유감을 표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전 저희 학회에서 배포하였던 재난이나 자살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과 같이,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들을 보도할 때에도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한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정신 감정 등 충분한 조사 과정 없이 여성 혐오나 조현병을 사건의 원인으로 성급히 지목한 기사들이 올라오며, 온 사회가 더 큰 충격을 받고 분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성혐오가 원인이 되었다는 보도 후 일부 인터넷과 SNS 상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 지나치게 대립하고 갈등하는 양상이 나타나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한 가해자의 조현병 진단과 치료 병력이 집중적으로 보도되며 이러한 분노와 혐오가 모든 조현병 환자들에게로 향하게 되지는 않을지도 염려됩니다. 이번 사건의 내용을 지나치게 사회 전반에 일반화하여 더 큰 갈등이나 불안을 일으키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의 보도 내용에 따르면 가해자는 조현병으로 수 차례 입원치료를 받았었고, 최근 본인 의사에 의해 치료를 중단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사실 지난 주말 발표된 심리분석 결과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 가해자의 충분한 정신 감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의 원인을 조현병의 증상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프로파일러 이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충분한 정신 감정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현병과 범죄의 일반적인 관계에 대해 알아보면,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동기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물다고 합니다. 조현병은 급성 악화기에 환청과 망상에 압도되고 극도의 불안과 초조,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으며, 이 시기에 일부에서 본인이나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될 수 있으며, 꾸준한 유지치료로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이외에 조현병 환자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에서 특히 급성 악화기에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국가 기관 등에 의한 동의 입원 즉 강제 입원을 통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는 강제 입원 이후 증상이 안정된 후에는 자의에 의해 입원 연장을 결정하며 6개월마다 국가에서 정한 심판위원회에서 입원적합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의 경우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가출을 하며 증상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투약을 원치 않는 성인을 가족이 억지로 투약하거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몹시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치료와 관리, 그리고 증상으로 인해 나타난 비극적 결과에 대해 개인과 그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하여서는 안되며, 사회적, 국가적 테두리에서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5월 19일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이 19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절차가 강화되었습니다. 증상과 병식의 부족으로 인한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이나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과 치료, 환자가족과 정신보건 종사자 등을 비롯한 이들의 안전과 삶의 질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와 전문가 단체는 지속적으로 상의하고 노력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인해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커지면 환자와 가족은 낙인으로 인해 질환을 인정하기 더 어려워지고 돌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갈 가능성이 높으므로,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언론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유도되지 않도록 그 파급력을 고려하여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보도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분노의 대상을 찾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안, 공포에 압도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갖고 함께 애도하며,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힘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2016.5.23.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 정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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